* 이 글은 재직 중인 회사나 특정 클라이언트와 상관 없이 오로지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이미지 출처 : Athgo Blog )
2005년, 브랜드 블로그 붐이 일었을 때, 대학생으로서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엔 ‘소셜 미디어’란 언어는 아직인 상황이었고, ‘블로그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이 유행했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여기서 나의 출발점이 ‘럭키!’ 했던 부분은 항상 다른 채널에서 진행되는 캠페인에 연계되는 브랜드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것이었다.
‘체험단 마케팅’도 한참 뜰 때라 체험단 카페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블로그/카페/바이럴 마케팅으로 초기의 비공식적 커리어를 쌓아갔다. 이후엔 온라인 광고대행사의 인턴을 하며 역시 캠페인과 연계하여 체험단 카페를 운영했고, 이런 운영 시 소비자가 블로그/카페로 방문하게 되는 주요 경로는 사이트 내 링크 혹은 광고 배너 혹은 검색을 통해서였다.
이후엔 블로그 & 바이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에 근무하였고, 현재 회사에 와서는 AE 겸 웹 기획자로 일하며 역시 캠페인과 연계된 일시적인 운영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웹툰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블로그 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보다 퀄리티 있고 다양한 도전을 해 볼 수 있었다.
이윽고 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 페이스북 / 트위터 개설 붐이 일었고, 네이버는 강력한 자본력과 국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미투데이’로 출사표를 던졌다.
소셜 미디어를 캠페인 단위로 끊어서 혹은 각각 개설하여 운영하지 않고, 상시 운영하게 되면서 새로이 소셜 미디어를 담당하는 팀을 맡게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고, 가르쳐 달라고도 할 수 없이 그저 직감과 정보와 내부 논의에 의존하여 도전을 감행했다. (‘소셜 미디어 운영자’, ‘SNS 운영자’란 말보다 ‘소셜 미디어 담당자’란 단어를 더 선호한다. 왠간한 인내심과 애정으로는 만족스럽게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채널 운영’보다 ‘책임’이란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따로 신설된 팀으로 이동하게 되어 이제 기업/브랜드의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그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들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되기 전에 한번 공유를 하려고 이 포스팅을 쓰게 되었다. (단, 기업/브랜드 소셜 미디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모든 소셜 미디어 담당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런 결심을 하는데 주요 계기가 된 이슈들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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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쟁 브랜드의 블로그 포스팅 베끼기
수년 간 운영하면서 방문자들의 피드백을 참고하여 계속해서 내용을 보충하고 형식을 개발하고 콘텐츠에 공을 들인 블로그가 있다. 작년에 경쟁 브랜드에서 새로이 브랜드 블로그를 오픈했다는 소식에 모니터링을 하러 접속했다. 그런데 너무나 익숙한 포맷의 포스팅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해서 같은 포맷이라 생각했던 우리 블로그 포스팅을 띄워서 비교해보았다. 테이블을 사용하고 텍스트를 꾸민 방식부터, 오타와 띄어쓰기가 일부 일치한다는 걸 발견하고는 내용을 긁어서 붙여넣고 자신들의 콘텐츠로 내용을 바꾸고 순서를 바꿨다는 걸 깨달았다.
2. 소셜 미디어 전문가 / 자격증 / 잘못된 정보의 등장
소셜 미디어 담당자를 꿈꾸거나 보다 잘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런 정보에 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또한 실전에서는 소용이 없는 이론/정보들이 난무하여, 특히 실무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이를 가려내기가 어려워 더 끌려가기 쉽다.
3. 소셜 미디어 전문 에이전시의 채용 공고 베끼기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유명한 한 에이전시의 채용 공고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우리보다 먼저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기 시작한 곳이다.
놀라웠던 것은 우리 회사 사이트에 있던 소셜 미디어 운영을 보조할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를 그대로 복사하여 몇몇 단어를 빼거나 더해서 올린 것이었다. 잘한다/요즘 제일 잘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기에 타 에이전시의 채용공고를 복사하고 붙여넣기 해서 공지를 한 게 놀라웠다. 심지어 우리가 소셜 미디어를 담당하는 팀을 만들면서 만들었던 직책명까지 붙여놓았다. (운영자 느낌이 강해서, 이젠 사용하지 않는 직책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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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소셜 미디어가 등장한지 몇 년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플랫폼이 변하고 있다고 하나 절대 변하면 안된다고 여기는 게 있다. 클라이언트로부터 돈을 받고 대신 소셜 미디어를 담당한다는 것은 ‘프로’ 즉 잘 알고 퀄리티 있게 잘 운영할 전문가들을 믿고 맡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브랜드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브랜드의 이질적인 사이를 이어주고, 시시각각변하는 소셜 플랫폼 상에서 기업이 소비자와 더욱 효과적으로 가까워지게 하며, 로열티 있는 팬들을 함께 육성하는 파트너이다.
위의 3가지 사건들은 그러한 맥락에서 ‘소셜 미디어 운영’의 프로페셔널으로서의 자세에서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신 없이, 롤 모델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소셜 미디어를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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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브랜드 –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중심 잡기
클라이언트 측에서 바라보는 소비자(타겟)의 모습과 소비자 측에서 본 기업/브랜드의 모습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도 각각의 계정이 다른 에이전시에서 운영되거나, 이외의 채널들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기에 이러한 간극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운영자가 너무 기업/브랜드의 입장에서만 사고 하거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업/브랜드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운영을 어렵게 한다.
소비자가 태클을 걸면 그 이면의 언어화되지 못한 니즈/요구/욕망/불만 등을 파악해야 하고, 이것은 기업/브랜드보다는 매일 같이(때론 24시간 내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며 분석하고 고민하고 읽어내야 하며, 때론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내기도 한다.
따라러 어디까지나 중간자의 입장으로서 기업/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균형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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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테일한 트렌드/정보와 함께 큰 그림도 고민하기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며 소셜 플랫폼의 요소들은 항상 담당자들이 파악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해외 소셜 미디어들은 한국어로 된 정보가 늦게 공유되거나 번역 과정에서 잘못 전해질 수 있기에, 영어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외 채널에서 체크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르다. 또한 어제 되었던 게 오늘 안되거나, 플랫폼 상의 갑작스런 레이아웃 변화로 어제의 이미지 규격과 오늘의 규격이 달라지는 등 매번 필요할 때 부지런히 다시 찾고 체크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 디테일에 집중하다 보면 큰 그림을 못 보게 된다. 소셜 미디어만 모니터링하는 게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된 모바일이라던가 광고 / 마케팅 / 문화 / 이슈 등 다양한 것을 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담당자들이 업무 시간에만 일하면 개인의 삶에도 충실할 수 있어 좋겠지만, 소셜 미디어는 24시간 오픈되어 있고, 소셜 미디어 팬들도 24시간 언제나 들어와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저런 부분까지 챙겨서 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힘들다. 그래서 다음 조언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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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지런하게 팀 내외로 정보를 공유
여러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혼자 퀄리티 있게 운영하기는 어렵다. 소셜 미디어에 맞는 이미지를 제작할 이도 필요하고 같이 고민할 사람도 필요하다. 기업/브랜드의 소셜 미디어를 담당하면 팀으로서 일하거나 다른 팀들과 함께 일하곤 하는데, 이 때 각자가 가장 자신 있고 흥미로운 분야의 정보를 나누어 파악하고 수시로 공유하는 것도 좋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서로의 관점을 활용해서 다양한 시각에서 보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참여하는 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이로 인해 업무의 질이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이는 클라이언트나 타 기업/브랜드 담당자와의 교류를 통해 더욱 풍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 그룹 등의 커뮤니티도 적극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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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업/브랜드, 우리 소셜 미디어와 팬에 대한 전문성 높이기
경쟁사나 경쟁 브랜드의 근황, 우리 소셜 미디어와 팬들의 현황 등은 최소 주간 단위로 파악한다. (일 단위면 더욱 좋긴 하다^^;)
나를 알고 적을 알고 자신감 있게 나부터 이 기업/브랜드의 팬이 되어야 한다. 때론 그런 구석을 발견할 수 없는 얄미운 브랜드를 담당한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알기 위해 노력했는지부터 보자. 팬들에게 통할 매력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주자. 이를 통해 팬이 다른 팬을 데리고 오는, 팬 합류 릴레이가 이어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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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이 새벽에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이라 많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고민해 보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 이메일을 통해 생각을 들려주었으면 한다. 내가 알고 파악하고 이해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