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디지털 세계를 여행하는 이들에 대한 ‘비실무자’의 생각

DIGITAL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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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게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마법 같은 한마디가 있다. “전 실무 안합니다.”

올해 초…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디지털 잘하기로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의 SNS를 총괄하며, 1월 말에도 제주도 당일치기 이벤트를 다녀오면서 아이폰으로 SNS 실시간 중계를 했다. 팀을 옮기고 나서, 지금도 난 혼자 일하고 있다. 사무실을 이전하고 나서도 인원을 보강할 예정도 없다.

내가 ‘회사’의 울타리를 넘어 제대로 한국 디지털 업계의 현실을 마주하기 시작한지 이제 9개월이 되어간다. 제대로 회사 밖의 사람들 / 업무로 만난 사람들 외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되었고, 매일 아침마다 출근길부터 시작되는 자체 업무 중 하나는 Feedly에 등록해 둔 사이트나 블로그들의 헤드라인을 오버뷰하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600~700개 정도 쌓여 있고, 하루라도 챙겨보지 않으면 수천 개가 쌓여 버린다. 참고 채널이 늘어날수록 체크해야 할 헤드라인들도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면서 점점 실무자도, 그렇다고 아예 연관이 없는 사람도 아닌, 연관 있는 제3자의 입장에서 안팎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 관심이 있는 이슈는 웨어러블 기기와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다.

현재까지 찾아낸 몇몇 포인트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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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짜배기 지식은 실무자의 개인 시간 부족으로 인해, 밖으로 공유되지 않고, 이로 인해 각종 세미나에는 실무를 안해본 – 이론 중심의 발표자들, 때론 사기꾼 레벨의 구글링한 지식을 자랑하는 이들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팽배하고 있다.

2. 아무리 좋은 실행안이라 하더라도 의사결정의 단계가 많은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윗분들이 엄청난 노력으로 제대로 디지털을 이해하고 있지 않은 한, 제대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실행을 하기가 어렵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의 나이는 어리고, 점점 어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다.)

3. 로컬에 적용할 수 없는 해외 사례를 로컬에 적용하려고 애쓰다가 실패하는 경험을 종종 한다. 이런 부분은 소비자/브랜드에 대한 편견 혹은 무지에서 나오며, 현재의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를 구하기도 어렵다. (더 세분화되고 정확하며 최신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클라이언트 – 대행사 간에 KPI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헛짓이 된다.

4. 주니어들과 경험 있는 이들 사이의 지식 및 경험 교류가 원활하지 않다. 확실히 예전보다… 광고계의 스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모든 레벨이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헤쳐나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리스크도 부담도 크다.

5. 회사 간의 정보 교류에 보수적이다. 이 회사에서는 가치가 없던 정보라도 다른 회사에는 엄청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경쟁 관계 혹은 업계가 달라서, 이런 하이브리드한 아이디어나 정보를 발굴해 내기가 어렵다.

6. 실무를 안하다보니, 적극적으로 실무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헛짓만 하게 된다. 어느 한쪽이라도 충실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지만, 실무를 하면서 겪어 보는 거랑 케이스 스터디에서 아름다운 부분만 보여주는 것은 천지 차이다.

7. 대표들은 대표들끼리 얘기한다. Reverse 멘토링이랄까, 직원들과 보다 터 놓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의 비전을 맞추고 아닌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다.) 정말 좋은 회사라면, 직원은 더 성장해서 다시 돌아온다. 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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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진 / 姜恩珍 / Content Specialist - 지구에 3%뿐인 4개 국어(한/일/영/중) 구사자(Polyglot) - 마케팅하던 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