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든 케네디의 댄 위든은 얼마전에 Ad Age의 Small Agency Conference에서 소규모 에이전시들의 강점을 강조하며 독려하였으며, 구글 또한 ‘Small Agency‘적 사고를 하는 회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계에서도 실리콘밸리에서도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스타트업 열풍에서도 Small Agency적인 사고를 따라하고 싶은 이들의 열망이 느껴지고 있다. 특히 ‘Innovation’한 프로젝트를 하자는 컨셉으로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을 섞은 새로운 형태의 팀들이 등장하고 있고,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철저하게 전통광고와 디지털을 담당하는 부서가 분리되어 있는 회사들에서 이 두 혈통을 효과적으로 하이브리드 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도 쉽지 않고, 한쪽은 전통광고를 해본 경험이, 한쪽은 디지털을 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이고, 서로에 대해 잘 알기까지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철저히 염두하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러기에는 실무도 만만치 않고, 성과도 내야 하고, 익혀야 할 것도 너무 많은 게 이 시대이다.
윗분들께서는 윗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좋다는 걸 듣고 해보라고 하긴 하시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뒷면에는 비효율적이고 고생스럽게 준비 – 진행 – 마무리에 시달리는 끝없는 여정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예전에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사내 수공업’이란 말을 썼었다. 같은 포스팅이라도 유저의 백그라운드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고, 부정적인 댓글이 상위에 달리면 이후에도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응이 좋으면 기대치가 높아져서 나쁜 반응도 많이 나오게 되고, 잘되면 잘 될수록 관리해야 할 팬이 늘어나니 일도 늘어난다. 디지털은 잘되면 잘될수록 더욱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 그런 일인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매체비에 수익을 대부분 의존해온 에이전시들은 한달에 계정 유지비 5만원짜리인 카카오스토리 같은, 수주해도 수익이 나기 어렵고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며 외주에게 줄 만한 예산도 안되는 플랫폼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다. 그렇다기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TV광고 같이 매체비가 막대한 전통광고로도 아직 먹고 살 수 있다. PT 준비하고 수주하고 외주업체에 넘기고 제작관리하는, 일단 일을 따면 프로젝트의 반절은 진행하게 되는, 곧 손을 놓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면 되니까.
당장의 성과 / 당장의 수익이 장기적인 성장 / 장기적인 비전보다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덩치 큰 회사에 먹여살릴 입이 많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Small Agency적인 사고가 부럽고 그런 식으로 일하면서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가고 싶은 거 같다.
하지만 Small Agency적인 사고로 디지털 시대에 일을 한다는 것은 항상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끊임없이 공부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안팎을 살펴보면서 최선의 솔루션을 찾고, 최적인 매체 집행을 하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피곤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양한 팀들과 함께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성장이 빨라지고, 사고가 스마트해지고, 소비자의 진정성 있는 반응에 기뻐할 수 있다.
디지털은 솔직하다. 전통광고에 비해 수치화될 여지가 많다. 들인 돈에 비해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들 얘기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사고다. 진짜 잘하는 브랜드들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 위해 앞서 디지털을 공략했고 많은 돈을 들였다.
디지털에서 컨셉이나, 프로젝트의 의미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다. 한대로 솔직하게 결과가 드러난다. 댓글이든 포스팅이든 유투브 영상이든,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표출할 다양한 채널들을 가지고 있고, 브랜드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를 통해 어떻게 노출되는지를 신경 쓰고 고민한다. 사람에 대한 공부가 먼저 되어 있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많이 만나보고 느껴보고 소비자로서도 써 보고 브랜드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차별화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이전에는 타겟팅 방식이 단순했다. 어떤 타겟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떤 채널을 공략하면 된다, 어디에 틀면 된다는 성공 방정식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제 카스에 몰렸던 같은 타겟이 밴드로 가 있는 그런 상황이며, 아직 광고 상품도 나와있지 않은 그런 신규 플랫폼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특정 타겟을 얘기한 것일 뿐이다.) 계정을 오픈해서 운영을 하려 해도 관리자 툴 / 통계 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는 왜 나에게 댓글을 안 달아주냐, 답변을 안하냐며 클레임을 한다. 해당 채널에서 해소가 안되면 다른 채널에다 퍼뜨린다.
역으로 타겟에 대해, 브랜드에 대해, 비지니스에 대해 공부를 하고 공략을 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분석 툴이 원하는 곳까지 시원하게 긁어주기에는 너무 많은 플랫폼 상의 변화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등장한다. 이 또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진화한다. 소비자로서의 입장에서는 한 때 이런 변화들이 혼란스럽고 너무 잦은 것 같았지만, 이제는 오늘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엇이 편해졌는지 찾아내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iOS를 미리 개발자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자랑하는 심리랑 비슷하달까?
이제 전통광고를 하고 있어도, 디지털을 염두하고 진행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이 2가지를 제대로 양립시키고 있는 회사는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 그나마 우리보다 변화하고 적응하기 더 쉬운 것은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인 거 같다. 부족해도 건설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이를 통해 가장 좋은 안을 도출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강점으로 만들어갈지를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고 발전시켜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이고, 이를 양분으로 삼아 변화와 불확실성에 적응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지금 시대의 이목이 모두 디지털을 향해 있는 가운데, 안정되고 효율적인 전통광고는 당장은 해볼만한 거 같다. 하지만, 이후의 전통광고는 유투브 영상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를 고려해서 만들고, 어떻게 페이스북에 카피를 달아 내보낼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 이들이 이미 간 길을 따라서 벤치마킹해서 가는 것은 안정적이고 안심이 되긴 한다.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에스컬레이터처럼 미리 다음 단계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몇학년을 앞서 공부한다. _____을 하면 돈 많이 벌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하고, 이루고 싶은 진짜 꿈은 돈 많이 벌어서 편히 사는 것이 된다.
이제 학생 때 배운 지식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사람이 바뀌고 사용하는 툴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사고가 바뀌면서 매일 익혀야할 고급 지식들이 무료로 퍼지고 있고, 대학생들이 접하는 지식이나 직장인이 접하는 지식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차이가 나는 것은 오직 누가 먼저 이 던전에 뛰어들어서 공략을 시작해서 앞서 경험하고 다음을 향해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는 그나마 변화가 적었던 이전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성공을 쌓아온 이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나이를 먹고 있고, 더욱 많은 젊은 재능들과 숙련된 경험들의 조화가 필요하다.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너희가 가진 무기는 ‘시간’이라고. 돈이 없고 경험이 없어도 그 열정과 에너지로 시간을 유용하게 쓰라고 충고하곤 한다. 직장에 얽매여 실무 치기에 바쁜 이들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만나고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을 써와서 설명서를 안봐도 대충 사용법은 아는 친구들이니 이걸 강점으로 삼으라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는 이미 안정된 발판을 가지고 계시니, 그 발판을 버리기에는 고민이 될 것이며, 하지만 그럼에도 최고가 되고 싶고, 최고로 재미있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면, 평생 결코 질리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싶다면 이 곳으로 뛰어드시라고 한다. 단 그 동안의 상식이 뒤집어지고, 인생을 뒤집어버릴 만한 위험을 감수할 각오를 가지고서 말이다.
* all images are from http://www.startupvitam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