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해 원쇼 광고제와 뉴욕 광고제의 거의 모든 수상작을 다 보았다. 지난 3월에 진행된 2013년도 ADFEST와 며칠 전 수상작이 발표된 D&AD까지… 작년까지는 디지털과 연관 깊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올해부터는 되도록 전체 카테고리 수상작 중에서도 ‘상업적인’ – ‘광고’ 크리에이티브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기로 했다.
- ADFEST http://www.adfest.com/
- D&AD http://www.dandad.org/
Creative Multiplier 시리즈에서는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인사이더로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하는데, 그 첫번째 주제로 잘 맞는 거 같다. (작년에 주목 받았던 수상작이나 공익성 혹은 비영리성은 최대한 제외하기로 했다.)
작년 칸 이후로 비영리적인 캠페인 혹은 기업/브랜드와 함께 하는 공익성 작품들이 수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보다는 수상을 노리고 그런 류의 작품들을 많이 응모하는 것 같다.) 인류라면 쉽게 공감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가진 심사위원들이 이해하기도 쉬운 거 같다. (하지만 다국적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게 그 나라에서도 좋은 광고일까?)
국내의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비영리(non-profit) 적인 것보다는, 영리 목적(for-profit, commercial)의 캠페인을 하는 경우가 실제로 더 많고, 크리에이티비티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있어서, 선심보다는 쉽게 열리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에 호소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일명 ‘Scam’으로 불리는, 성과가 부풀려졌거나, 실제로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지 않은, 수상 목적의 작품들도 요즘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세계 4대 광고제인 원쇼와 뉴욕 국제광고제의 수상작들을 위와 같은 기준에서 선별하여 살펴보고, 고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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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쇼와 뉴욕 광국제고제의 가장 큰 차이
“수상할 만한 수준이 안되면 뽑지 않는다 vs 공석 없이 모두 채운다”
뉴욕 국제광고제(The 2014 New York Festivals World’s Best Advertising)는 5월 1일, 원쇼(2014 One Show Awards)는 5월 5~9일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1주일도 안되어 연속으로 발표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수상작들을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도리어 이 두 광고제 간의 차이를 알게 했다.
- The 2014 New York Festivals World’s Best Advertising
http://advertising.newyorkfestivals.com/winners/ - 2014 One Show Awards
https://www.oneclub.org/
뉴욕 광고제는 GRAND PRIZE AWARD > FIRST PRIZE AWARD > SECOND PRIZE AWARD > THIRD PRIZE AWARD의 순으로 순위가 정해지고, 그 중에서도 왕중왕을 BEST OF SHOW라고 칭한다. 각 부문의 각 순위의 상마다 여러 개의 수상작이 있어서, Film 부문처럼 GRAND PRIZE AWARD가 2개 나오거나, 아예 이 상의 수상작이 없을 때도 있다.
원쇼 광고제는 GOLD PENCIL > SILVER PENCIL > BRONZE PENCIL로 되어 있으며, 각 상마다 여러 개의 수상작이 있긴 하나, 뉴욕 광고제처럼 모든 상에 수상작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GOLD PENCIL이 아예 없거나, 여러 개 나온 부문들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뉴욕 광고제는 중복 수상이 많은 느낌이었고, 원쇼 광고제는 까다롭게 수상작을 골라서, 뉴욕보다는 원쇼 광고제에서 낮은 상이라도 타는 게 더 영예롭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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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4년 상반기 국제광고제의 왕중왕,
Volvo Trucks의 LIVE TEST SERIES와 THE EPIC SPLIT
작년엔 바보 같이 전철에 치여 죽지 않게 한 아이디어가 호평이었다면, 올해는 전설적인 다리 찢기 씬이 휩쓸고 있다.
올해 뉴욕 국제광고제에서 BEST OF SHOW를 수상한 볼보 트럭의 THE EPIC SPLIT은 작년 말 유투브에서 공개되어 엄청난 조회수(2014년 5월 28일 현재 7천만 조회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상반기 국제 광고제를 휩쓸고 있다. 단언컨데, 올해 상반기 최고의 광고인 것이다. (심지어 작년에 칸을 휩쓸었던 Real Beauty Sketches나 코카콜라의 Small World Machine보다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볼보 트럭’하면 장 끌로드 반담의 전설적인 다리 찢기 씬이 나오는 THE EPIC SPLIT만을 떠올리기 쉽다. 오레오가 작년 슈퍼볼 때 대박을 터뜨렸던 The Oreo Blackout Tweet이 Oreo Daily Twist 중 하나의 트윗이었던 것처럼…
THE EPIC SPLIT 또한 Forsman & Bodenfors에서 만든, ‘LIVE TEST SERIES‘라는 Integrated 캠페인에서 나온 영상들 중 하나였다.
볼보 트럭 유투브 채널의 LIVE TEST 재생목록에서 모든 영상들을 볼 수 있는데, 트럭의 성능을 보여주는 첫번째 라이브 테스트 영상은 2012년 8월에 선보인 The Ballerina Stunt(Live Test 1)였고, 약 1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가장 최신작인 THE EPIC SPLIT이 6번째로 등장을 했고, 이 하나의 영상이 대박이 나면서 다른 영상들이 도리어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내가 재미있게 본 또 하나의 영상은 Hamster Stunt (Live Test 2)였다.
‘한방으로 대박’을 바라는 것은 많은 이들의 소망이긴 하나, 오레오든 볼보 트럭이든 모두 꾸준하게 오랫 동안 노력하고 그 속에서 대체로 중박을 치다가 단 한숨에 대박을 낸 경우들이다. 나는 볼보 트럭이 클라이언트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에게 ‘단 한방’의 꿈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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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통 매체에서 대형 에이전시들이 강세를 보이다
TV광고에서는 Wieden+Kennedy, 아웃도어에서는 Ogilvy가 주목 받았다.
Wieden+Kennedy Portland에서는 런던 올림픽 때 Wieden+Kennedy London에서 선보였던 P&G Thank You, Mom 캠페인의 Best Job 영상에 이어, 올해 1월 – 소치 올림픽 시즌에 Pick Them Back Up을 선보여 유투브에서 1,900만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또한 Old Spice의 Smellcome To Manhood 캠페인의 일환으로 Mom Song을 선보여서,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아들에 대한 마음을 노래하는 ‘미저리’ 같은 엄마들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Wieden+Kennedy London에서는 Honda의 Hands 영상으로 많은 상을 수상했는데, Cog를 잇는 수작이었다.
Wieden+Kennedy Amsterdam에서도 Nike Turkey를 위해 Human Printing Press라는 새로운 방식의 인쇄광고를 선보이는 등 선전했다.
오길비는 British Airways의 Magic of Flying(=#lookup in Piccadilly Circus)과 IBM의 Smarter Outdoor로 옥외광고에서 강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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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람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처럼, 유럽의 듣보잡 에이전시들이 활약하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크리에이티비티’로 승부하는 추세가 강해져서인지 유럽의 듣보잡 에이전시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Jung von Matt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사내 경합으로 만들었던 DHL의 Trojan Mailing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 같은데,
내가 이들을 알게 된 건 EDEKA라는 슈퍼마켓의 코믹한 뮤직 비디오 Supergeil (feat. Friedrich Liechtenstein) 때문이었다. 이 영상은 1천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반면, ADFEST를 휩쓸었던 일본의 에이전시들은 예상보다 성적이 부진했다. 이들은 장인 정신 혹은 기술 선도적인 캠페인에서는 강세를 보였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못하다. 일본에서도 많이 수상한 PARTY의 작품 중 아마 국내에서는 별로 안 알려졌을 작품을 소개하자면, LADY GAGA의 새 앨범 ‘ARTPOP’을 일본에서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가가돌(GAGADOLL)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술과 퀄리티는 정말 뛰어난 일본의 작품들이 의외로 부진한 것을 보면서,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광고쟁이가 좋아하는 것과 관객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괴리가 너무 심해지면 안되겠다 싶었다. (잘 나가는 일본 에이전시들은 미디어 아티스트인지 광고회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크리에이티브의 범주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유투브나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던 캠페인들이 이번 두 광고제에서 많이 수상했고, 의외로 선전한 작품들은 영어권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광고하는 사람도 ‘소비자’인데 혁신혁신 노래 부르다가 소비자에게 외면 당하면 참 안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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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디지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차이를 낳는다.
이번 수상작들 중에서 전혀 모르던 멕시칸 레스토랑 브랜드가 선전했다. Chipotle Mexican Grill의 The Scarecrow(허수아비)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공장식으로 사육한 건강하지 않은 가축으로 만든 제품이 아닌, 건강하게 자연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이 영상에 쓰인 음악을 아이튠즈로 판매하고, 모바일 게임으로도 선보여서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어찌보면 공익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 영상은 유투브에서 1천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는데,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스팸이 될 수도,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도 있는 시대라는 걸 느꼈다.
국내 에이전시 중에서 유일하게 본상을 탄 작품은 Nike Run The City였다. (한국어 케이스 스터디 : http://www.postvisual.com/?p=2362)
GAMING: BRANDED CONTENT 부문에서 BRONZE PENCIL을 수상했는데, 나이키+ 러닝 앱과 카카오톡과 카카오 게임인 ‘런더시티 for kakao’ – 이 세 개의 앱을 깔고 가입해야 참여할 수 있음에도 수만 명이 참여했다.
이 작품은 뉴욕 광고제에서도 Finalist에 선정되었는데, 각국의 디지털 환경 차이는 점점 커지고, 문화나 감성이 다르기에 국내를 타겟으로 한 캠페인이 수상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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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 세계 광고인들의, 아니 크리에이터들의 축제, 칸 라이언스가 한달도 남지 않았다. 두 광고제의 수상작들을 보면서 섣불리 칸 수상작을 예측하기는 싫었다. 역대 광고의 흐름을 대표했던 최대의 이벤트이기에 그저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포스팅은 그저 또다시 바뀔 세계 크리에이티브의 흐름의 한 페이지로서 참고해 주면 좋겠다. 매 광고제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크리에이티브의 세계를 즐기면서, 너무도 달라서 국제광고제에서는 수상하기 힘든 (심사위원들을 이해시키기 힘든) 국내 타겟으로 어떻게 흥미로우면서도 실질적으로 효과까지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나누는 것. 그것이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서 계속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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