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QA 이나모토 레이] 칸 라이언즈 2014 : 마케팅의 미래가 왜 괴짜와 광들에게 달려 있을까? 

AKQA, CANNES LIONS, DIGITAL INSIGHT, FAST COMPANY

WHY THE FUTURE OF MARKETING BELONGS TO GEEKS AND FREAKS

이나모토 레이 / REI INAMOTO (AKQA Chief Creative Officer)  * 이미지 출처 : Google Agile Creativity http://goo.gl/p8wmjQ

이나모토 레이 / REI INAMOTO (AKQA Chief Creative Officer)
* 이미지 출처 : Google Agile Creativity http://goo.gl/p8wmjQ

칸 라이언즈를 떠올리면서, 이나모토 레이는 때로는 카테고리에 기반해서 크리에이티브에 접근하는 방식이 혼란스러우며,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비티, 예술과 과학이라 주장했고, 이 둘 다이거나 하나만은 아니라고 했다. 광고의 다음 시대가 시작되려면, 그 어떤 때보다도 브랜드의 세계에서 테크와 크리에이티브 인재들이 함께 일할 필요가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무슨 일을 하든 미안해 하지 말라.(Be unapologetic about what you do for living.)”

Titanium and Integrated 부문의 심사위원장(이자 이 심사위원들을 이끈 최초의 아시아인)이었던 Prasoon Joshi는 최근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Festival of Creativity)의 마지막 날 밤에 무대에서 이런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제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카테고리들이 있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 인지되는 작품들이 그 어떤 때보다도 더 ‘광고’스러움에도, 새로운 카테고리들은 참 ‘광고’스럽지 않다. 그리고 카테고리들 간에 더 많이 중복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어떤 해보다도 올해가 가장 혼란스러웠다.

칸이 진행되던 주 내내, 가장 많이 듣고 인용되고 진 빠지게 남용되었던 유행어는 ‘스토리텔링’ 혹은 ‘콘텐츠’였다. 그럼에도 막상 스토리텔링이나 콘텐츠를 가장 하이라이팅해야 할 Branded Content and Entertainment나 Film Craft 같은 두 부문에서 그랑프리 수상작이 없었다. 반면에 사이버 부문에서는 무척 잘 만들어졌고 아마도 향후 5년 동안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비추어주는 세 작품이 그랑프리를 탔다. 그리고 몇몇 카테고리의 그랑프리 수상작들은 더더욱 명확하다기 보다는, 머릿속을 긁어댔다.

덧붙이자면,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알리는 업계에서(아마도 심사위원들도) 빅 아이디어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 vs. 이 요소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에 기반하는 통합 캠페인(integrated campaign)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Harvey Nichols의 “Sorry, I Spent It On Myself”의 인쇄 광고와 TV광고가 Press와 Film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혹은 이 캠페인이 Integrated 카테고리에서 인정 받을 만한, 그 실체보다 큰 아이디어인가?

 

이러한 카오스와 혼란과 모순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더더욱 명확해진 건 미래는 괴짜와 광(Geeks and Freaks)의 것이란 거다.

그리고 이건 괴짜들과 광들이지, 괴짜거나 광 – 둘 중 하나가 아니다.

 

먼저 왜 ‘괴짜’인가?

괴짜들은 광고 업계 외부에서 더더욱 사랑 받고 존경 받고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현재까지 수십 년 동안 괴짜들이 미래를 만들었다. 심지어 우리 업계에서도 대부분의 에이전시에서 한쪽에 혹은 마지막 단계에 배치된다.

첨언하자면, 데이터란 말은 정반대의 리액션을 낳는다. 마케터들은 데이터를 사랑한다. 크리에이터들은 데이터를 싫어한다.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사실 혹은 정보의 자체다. 정확하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사실이며, 그래서 마케터들이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facts)에서 진실(truth)이 나온다.

하지만 데이터는 마법이나 영감의 반대다. 크리에이티비를 죽이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로제 와인을 사이에 두고, 여러 국가에서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과 수다를 떨었다. 한 명이 농담처럼 “칸에 얼마나 많은 카테고리가 추가될까요? 내년에는 데이터 카테고리가 추가될 거에요. 미칠 노릇이죠.”라고 말했다. 더욱이 John Hegarty 경이 페스티벌에서 선포했듯, 데이터와 기술을 강경하고도 영향력 있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 주 내내, 데이터나 기술을 기리는 작품이 수상하는 걸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

마지막 밤에 티타늄 부문에서 “Sound of Honda”가 그랑프리를 수상하기 전까진 말이다.

 

도쿄의 덴츠(DENTSU)와 라이조매틱스(Rhizomatiks)에서 만든 이 작품은 20년 전에 레이스 중 사고로 죽은 Ayrton Senna라는 전설적인 브라질 F1 선수의 가장 빠른 기록은 재창조하는, 불가능한 걸 시도했다.

이 아이디어의 출발은 데이터였다. 대부분이 괴짜로 구성된 팀이 20년 전의 사운드 데이터를 모은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 팀은 이로부터 Senna가 전설적인 기록을 냈던 레이스 트랙을 3차원의 악보로 재탄생시켜서, 실제 세상의 그 시트 위에 데이터를 아름답고도 시적으로 시각화하고 이를 기록했다.

“Sound of Honda”의 의의는 최종 결과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데이터가 시작점이 되어서 데이터 과학자들이 크리에이터들과 테크놀로지스트들과 협력하며, 이 안에 무엇을 담았었는지에 있다.

데이터는 그저 수치일 뿐이며, 그래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기대치 못했던 진실과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인간의 행태를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결합시킬 때, “Sound of Honda”가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마법 같고 감성적인 무언가를 낳을 수 있다.

아마도 이는 올해 사이버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탄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욱 ‘사이버’스럽고 진보적일 것이다.

 

두번째, 왜 ‘광(Freaks)’인가?

예술적인 게 중심이 된 산업은 이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 음악이든 영화든 예술이든 혹은 디자인이든, 우리는 흔히 교실 한 켠에 있던 누군가였다. (뒤에 있을 정도로 쿨하진 않았다.) 우리의 공책은 나쁜 낙서와 스케치, 싸구려 노래 가사와 시로 가득했다. 우리는 자주 실패하고 탈락했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청소년기를 벗어나면서, 제대로 된 문맥 속에서 열심히 일하면 조금 더 존경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술과 비즈니스 세계의 괴짜들은 광들을 그다지 존경하지 않는다. 괴짜들은 보통 우리 같은 예술가 타입보다는 훨씬 학구적이고 더 똑똑하다. 대부분의 파트에서 우리와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구글은 대부분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과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채용한다. 만약 자신이 올 A를 받은 학생이 아니라면, 불운하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듣자하니 디자이너란 직업을 가진 에어비앤비(Airbnb)의 창립자들은 그들이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디자이너라서 초기에 투자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직업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얘기해 보자.

 

(볼보(Volvo)의 “Epic Split”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는 걸 전제로) 만약 괴짜이고 사업가적인 사람에게 한물간 액션 스타인 장 클로드 반담(Jean-Claude Van Damme)이 역시 한물간 뮤지션인 엔야(Enya)의 음악을 배경으로 트럭 사이에서 그의 유명한 다리 찢기를 하는 씬을 들려준다면 어떨까? 그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데이터에 대해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미친 짓’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카메라가 천천히 줌아웃되면서 뉴에이지 노래가 깔린 가운데 시적인 대사를 스타 자신이 나레이션하는, 이런 완전히 쿨하지 않고 비논리적인 걸 결합하는 능력은 올해 최고의 필름 크래프트(Film Craft) 그 자체였다.

최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2012년, IBM의 Watson은 Jeopardy의 두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백만 달러를 땄다.

하지만 Watson이 트럭과 반담과 엔야를 엮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마 그렇지 않다.

기술의 현실은 이미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인간성(humanity, 인간다움)’을 대체할 수는 없다. 때때로 괴짜들은 기술을 위해 기술을 만들어낸다.

광들이 그들에게 상기시킬 수 있는 건 기술에는 ‘인간다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기술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알랜 케이(Alan Kay)는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이라 했다.

괴짜와 광이 서로를 조금 더 존중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덜 미안해 할 수 있다면, 함께 앉아서 조금 더 어울리려 노력한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비즈니스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 더 Art & Code라는 개념을 장려한다면, 미래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함께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괴짜와 광이 위기에 수완을 발휘해서 21세기의 비즈니스 리더가 되는 걸 상상해 보라.

우리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 이 블로그의 글을 받아보시고 싶으시다면, 페이스북 혹은 트위터를 팔로우하시거나 RSS를 구독해 주세요.

Posted by

강은진 / 姜恩珍 / Content Specialist - 지구에 3%뿐인 4개 국어(한/일/영/중) 구사자(Polyglot) - 마케팅하던 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