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인생의 2막, 10년 간의 광고/마케팅 업계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며…]란 글로 퇴사 소식을 전한 후,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인 ‘회사 때려 치우고 한달 내내 해외 여행하기’를 런던/파리/간사이에서 시전하고 돌아왔습니다. 2주 후, 패스트캠퍼스의 채용공고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지원, 면접 후 바로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스타트업으로 옮겨 온다는 것, 그것도 자신의 경력을 어필하기 좋은 ‘마케터’ 포지션이 아닌, ‘콘텐츠 매니저’의 포지션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게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의 눈길을 끌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직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로의 이직을 결심하기 전에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홍보, 출판 등)를 알아보았고, 그러다가 발견한 게 ‘브랜드 저널리즘’이었고, 그래서 스타트업(특히 테크 분야)에서의 ‘브랜드 저널리스트’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걸 업으로 하는 출판 작가나, 전업 강사나 자유기고가, 기자로의 길도 있었지만, 그 동안 실무 틈틈히 국내외를 탐색하면서 가치 있다고 여겨졌던 글들을 공유하면서, 역시 실무를 해야 진짜 도움이 되는, 통하는(working) 글을 선별하고 전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 와중에 운좋게도 국내의 내로라하는 정말 좋은 스타트업들의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여러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스타트업 업계에 있어서 이제 어느 정도 규모와 매출이 되어 브랜딩과 마케팅을 고민하는 회사들이 인재를 영입할 때에 참고가 되실 듯 하여 공유해 드립니다.
1) 큰 결심을 한 사람에게는 그가 원하는 당근을 주세요. 컴포트존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는 게 참 힘들거든요.

이전 회사에서 이번 주에 런칭한 유투브 캠페인 옥외광고. 친정 회사에서 한 줄도 모르고 찍어서 올렸던 거였다… http://www.postvisual.com/
2) 서로가 교환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리라 생각될 때, 어느 정도는 그 ‘감’을 믿어 주세요.
타 지원자와의 공평한 비교 평가를 구실로 A4 몇 장의 글을 써달라고 하신 곳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무척 좋게 보았던 회사였는데, 주말에 요청을 받아서 평일 동안 작성해서 가지고 오시라 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8년 동안 기업/브랜드를 위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왔는데, 고료를 받고 잡지 등에 기고한 경험이 없다는 걸로 인해 저의 실력이 평가절하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막상 남의 블로그를 그 기업/브랜드인 채 운영해 주는 사람은 자기 블로그를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데 말이죠.
반면, 이번에 입사를 결정했던 패스트캠퍼스의 경우, 제 블로그를 참고해서 스터디를 한 적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그리고 제 블로그를 매우 꼼꼼히 보시고, 면접에서는 블로그만 봐도 안다며 별 질문이 없이 합류를 요청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이 회사가 저를 믿어주는 만큼, 저도 한번 스타트업 업계에서의 최초의 커리어를 걸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3) 실력과 기대에 맞는 대우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 곳에서 이전 회사와는 달리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그리게 해 주세요.
광고회사에 있었던 경력은 스타트업 분들이 저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큰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어떻게 스타트업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이미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남동생(이 자율 근무라 회사에 살면서 집에 안들어와서, 부모님께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겠다는 딸을 별로 놀라워하지 않으셨다는) 얘기와 광고회사에서도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많다는 것, 결코 업무량이 적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안심을 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견을 깨고 나서도, 딱 지금 뽑고 있는 포지션의 후임을 구하시는 곳 – 혹은 일타쌍피 이상을 이루려하시는 곳에서는 자신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의 최대 장점인 ‘자신이 하기에 따라, 성장에 따라 책임도 역할도 확장되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누릴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이전 회사에도 새로운 팀을 만들면서까지 계속 시대와 회사와 자신의 성장에 따라서 다양한 업무 역할을 경험해 왔는데,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것임에도 가능성을 펼칠 영역이 제약을 받는다는 게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패스트캠퍼스는 평소에 커리큘럼이 알차서 눈여겨 보고 있던 곳이었으나, 이전 회사가 홍대에 있어서 수강을 하기엔 어려워서 그저 지켜만 보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사업개발팀’에 합류할 사람을 뽑는다는 채용공고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바로 지원을 했습니다.
합류가 결정되고 나서는, 8월 31일(월)에 정식으로 입사하기 전에 미리 미팅을 여러 회 해서 입사 직후에 어떤 것을 할지, 초반에 너무 과하지 않은지, 가장 잘할 수 있고 최우선 순위의 업무인지를 업무를 함께 할 분들과 함께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사 전인 8월에 시작되는 [디지털 마케팅 캠프]와 [UX 디자인 입문 클래스]부터 청강하여, 회사에 하루 빨리 적응하고 콘텐츠에도 참고하려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듣다가 자연스럽게 개발 쪽 강의들도 들으려 합니다.

직장방정식 2.0은 블루오션 전략이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자신을 끼워맞추는 1.0 방정식에서 벗어나 직업의 참의미를 찾아가는 이 과정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중략)
2.0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던지는 숙제다. 인간성 회복의 시절,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기계에게 넘겨주고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는 부가가치 높은 직업을 찾아야 하는 혁신경제 시대에 2.0을 풀지 못하면 경력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금 몸담고 있는 직업의 의미를 찾아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 박이언의 <직장학교> 제5강 비전 중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입사 소식을 전한 후로 많은 분들께서 축하를 해 주셨고, 어떤 분은 패스트캠퍼스에 강사로 나가고 있다고 알려주시며 만남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수많은 인연들과 배움의 기회 속에서, 제 자신의 꿈인 ‘브랜드 저널리스트’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배우고 접하며 시야를 넓히고, 현장의 고수들/실무 담당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앞으로 더 영감과 인사이트가 넘치는 글을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은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