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광고 크리에이티브 산업계의 ‘실리콘밸리’가 되려면???

DIGITAL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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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7시, 강남에서 [Digital Inspirators]의 첫번째 모임을 했다. 새로운 이들을 만나 시각과 지식을 넓히고자 시작했던 게 어쩌다가 함께 만나자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멘붕 상태로 여러 페친분들의 도움을 받아 모임을 준비했다.

선착순 15명을 페이스북 메시지로 신청 받고, 회비 1만원으로 토즈 같은 모임공간을 빌려서 모인다. (하루나 반나절을 꼬박 투자해야 하고 돈도 많이 내야 하는 일방적인 세미나보다 유익하다. 대화 참여도에 따라 개인 차가 날 순 있겠지만;)

이전에 페이스북 비공개 이벤트 담벼락을 통해 초대된 사람들만이 자신에 대한 소개와 운영 중인 SNS와 함께 얘기하고 싶은 주제를 먼저 올려 서로에 대해 파악하고, 명함 교환은 모임 마지막에 진행하여 토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서로의 토크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쇼잉이 아니라, 진짜 알고 싶고 듣고 싶어 나온 거니까 말이다.

단, [디지털 / 소셜에 대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나누는 오픈토크살롱] 컨셉을 살리기 위해, 갑과 을이 섞여서 자유롭게 오픈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슈를 나누고 의견을 내되, 특정 회사나 브랜드에 대한 얘기는 소셜 미디어 상에 올리지 않는 게 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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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모임을 진행하고 나니 문득 ‘실리콘밸리’의 한 술집 얘기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 효과]에는 실리콘밸리가 IT 기술의 메카가 된 이유 중 하나로 아래와 같은 얘기가 나온다.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이 지적했듯이 “실리콘밸리는 지역 내에서 사람들이 계속 이동하게 만들고, 기업이 분사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전문 지식들의 조합을 이끌어 낸다. 밤늦게 ‘웨건 휠바 그릴’이라는 술집에 모여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기술적 혁신의 혼합의 차원에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보다 더 가치 있다.”
(중략) 실리콘밸리는 수많은 기업들이 약한 연결을 기반으로 활동했고, 거기서 중요한 단위는 개별 혁신가들과 그들이 전체적으로 이루고 있는 네트워크였다. 실리콘밸리는 지금도 약한 연결의 위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 최고의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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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그렇게 IT의 핵심이 될 수 있었던 건 소속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였다고.

이게 진짜 ‘공유’와 ‘오픈’의 묘미 아닐까?

내 경우에 딱 맞는 솔루션은 점쟁이도 알려줄 수 없다. 해외 사례가 아무리 좋아도 내 케이스에 딱 맞추기는 어렵다. 그만큼 잘 되었고 좋은 것이기에 국경을 넘어 온 것이니까.

하지만 국가별 SNS나 모바일 OS의 마켓 쉐어 차이만 봐도 우리나라는 글로벌적으로 너무 다르다. 페이스북 / 트위터 같은 외산 SNS가 태어난 미국과 아시아 3국(한국/중국/일본)의 SNS 시장이 아예 네 나라 모두 다른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는 케이스 스터디를 모아 양으로 검색에 많이 걸리게 해서 방문을 늘리지만, 네이버에서 한국어로 검색해서 나오는 건 대학생들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도 보는 수준으로는 자기 브랜드에 맞는 걸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의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 클라이언트보다 덜 전문적인데 어떻게 그들의 ‘대행’이 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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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Social@Ogilvy “The Outernet by John Atkinson”

그래서 ‘구글링’을 하더라도 내게 맞는 정보를 캐오는 게 중요하다. 이건 신세계에서 ‘원피스’를 찾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후로, 이전 티스토리 때처럼 해외 사례를 무작정 국내에 소개하는 건 그만 두고 내 생각과 내가 로컬에 적용할만하다고 생각되는 생각을 소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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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데이터와 오늘의 데이터가 다르고, 어제의 상황이 오늘과 다르다는 걸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할 거 같다. 소비자는 우리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고, 그건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다.

‘대행사적인 사고’로 일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미래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파트너로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는 시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브랜드가 이루고자 하는 골을 명확히 이룰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거 같다. 이전에 비해 브리프도, 브랜드의 과제도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 브랜드의 생명을 책임지는 ‘파트너’로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열심으로 채우면서 제대로 찾고 최대한 이를 이룰 방법을 실행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그 전에 한번의 캠페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인내심을 키우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마인드로 무장한다면 더욱 신뢰 있고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강은진 / 姜恩珍 / Content Specialist - 지구에 3%뿐인 4개 국어(한/일/영/중) 구사자(Polyglot) - 마케팅하던 덕후